한국에서의 장애는 천병이었나? - 조재훈(시각1급_서울특별시 종로구)

내가 서울 맹학교 고등부 1기생으로 최고학년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수중인데 갑자기 복도에서 여러 사람들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금 뒤 내가 있던 실습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께서 맹학교를 방문하신 것이었다.

나는 실습담당이시던 김홍진 선생님에게 가 목에 있는 천주혈에다 침을 놓고 있었다. 침을 잡은 손이 가늘게 떨렸다. 이것을 여사님이 눈치채셨는지 내게로 다가와 어깨에 가만히 손끝을 얹으셨다. 그리고 더 머물러 계셨다. 내가 놓는 침이 다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시려는 모양이었다.

소위 국모님의 인자하신 손길이란 이러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랫사람이 어려워하는 것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주려는 배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