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의 슬픔-
이진규(시각1급_서울특별시 관악구)

우리 엄마는 앞을 못 보는 맹인이다. 밤마다 나를 혼자 두고 돈을 벌러 어디론지 나간다. 사람들은 그런 우리 엄마를 안마사라 부른다. 난 왜 그런 엄마가 우리 엄마여야 하는지 괜히 창피하다. 난 그런 엄마가 싫고 집이 싫어 밖으로만 나돈다. 엄마는 이런 날 보고 사춘기라서 그런다는데 무슨 소리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한쪽 눈을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잃어버린 한쪽 눈의 시력은 끝내 되찾을 수가 없었다. 의사는 다른 사람의 각막을 이식받아야 된다고 했다. 몇 달 지난 어느 날, 의사가 내 한쪽 시력을 되찾아줄 각막을 찾았다고 했다.

시력은 없었지만 멀쩡해 보이던 엄마의 각막을 내게 준다는 것이다. 수술 결과는 아주 좋았다. 대신 엄마의 한쪽 눈이 좀 이상하게 생기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런 일로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엄마로서 그냥 당연한 희생으로만 여겼다. 퇴원하고 한동안은 제법 얌전한 아이로 지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나는 또 공부도 팽개치고 나쁜 짓만 하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