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의 무료함 달래기-
이성희(시각 1급_서울특별시 용산구)

퇴근길, 대체로 지옥철을 타게 된다. 그나마 들어온 지하철을 타게 된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지하철 안은 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꽤나 남았고, 무엇을 해야지 가는 동안을 짧게 여길 수 있는 나만의 심리적인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한다. 대개는 노래를 듣는다. 노래의 가사 내용, 가수의 목소리, 반주에 사용된 악기들의 고유한 소리와 그것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앙상블 등, 노래 하나를 입체적으로 들으려고 집중하면서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 부근에 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떤 날은 그것도 잘 통하지 않는 때가 있다. 그러면 지옥철에서 보내는 퇴근 시간이 더욱 힘들고 지루하기만 하다.

뭐 좋은 게 없나 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런데 이런 날은 평소 재미있던 것들도 별다른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누군가가 아주 작정하고 일부러 내게 해코지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