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5년 전 사라졌던 승강장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 다시 살아나다

시선집중 1페이지(상세내용 하단 참조)

양남규(성음회 전화사서함 담당자)

“지하철 승강장에 가면 상·하행선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몇 년 전 큰 인기를 모았던 TV 주말 프로그램 스펀지에서 나왔던 퀴즈 문제였다. 과연 뭘까? 잔뜩 궁금증을 안고 기다렸는데 그 답은 바로 승강장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이었다.

많은 출연자 패널들도 몰랐고 방청객들도 몰랐던 사실을 이 날 각인시킨 프로그램 스펀지 퀴즈 내용이었다.

이처럼 비장애인들은 아무 신경 쓸 필요 없는 승강장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이지만 우리 시각 장애인이게는 큰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시각장애인의 이용 접근성을 원활히 하는 게 얼마나 많은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는 접근 이용 불편 개선을 위해 뛰는 현장에서 항상 절감하는 일이다.

다행히 그 일의 결과가 좋은 쪽으로 나타난다면 그간의 수고로움은 큰 기쁨으로 바뀌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일이 드디어 생겼다.

서울지하철 7호선 승강장 도착 알림 신호음이 5년여 만에 부활한 것이다.

지하철 7호선 승강장 알림 도착 신호음이 사라진 것은 5년 전, 옛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승강장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을 없애버린 것이다.

지난 5월 말,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로 나뉘어져 있었던 두 기관이 새로운 브랜드인 서울교통공사로 통합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기회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 성음회(전화사서함 담당자들의 모임)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우리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 바로 5년 전 사라져버린 승강장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그 선두에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가 나섰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지하철 이용 불편을 해소했으면 하는 하나의 제안을 담은 민원을 공문형태로 서울교통공사에 접수하였다. 승강장에 지하철이 도착하는 알림 신호음을 살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의 공문이 묻혀버린 걸 확인하게 됐고, 이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가 뒤를 이어 전면에 나섰다.

6월 중순, 서울지부가 다산콜센터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 교통담당관과의 접촉을 거쳐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담당 주무관에게 전달되어 최종 담판을 짓게 되었다.

이런 단계를 거쳐 마침내 담당 주무관이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결재를 올렸고 이것이 7월 중순 통과된 상황에서 그 다음 단계인 녹음작업을 거쳐 각 역의 시스템에 이를 접목하고 작동하기까지의 예상 소요시간을 8월 중순 경 양측은 조율을 마쳤다.

시선집중 2페이지(상세내용 하단 참조)

그런데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서 토의, 조율하는 과정에서 진행 상황이 복잡해지는 듯한 양상을 보였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와 서울지부, 성음회는 해당 부서를 상대로 계속 접촉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과정을 체크해 나간 끝에 마침내 우리의 요구대로 9월 중 서울지하철 1-8호선 전 구간에서 승강장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을 하나로 통일하여 시행할 거라는 공문을 정식으로 전달 받기에 이르게 됐다.

성음회에서 전반적인 기획을 맡고 양 기관의 업무협조를 받은 공동 프로젝트로 나선 4개월 만에 얻은 성과는 드디어 각역의 시스템에 이를 가동할 수 있는 작업을 모두 마쳐 순차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걸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청취자들의 제보로 속속 확인된 바이며, 본 담당자도 어제는 주로 다니는 지하철역 역무원의 확인으로, 오늘은 출퇴근길에 귀에 들리는 승강장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신호음을 듣고 계단을 뛰어 내려와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 도착 알림 신호음을 없앴다.”,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승강장에서 울리는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에 소음 민원이 많이 발생함에 따라 도착 알림 신호음을 없앴다.”

이것이 옛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였지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와 서울지부, 전화사서함 담당자들의 모임인 성음회의 공동 프로젝트로 5년여 만에 우리 시각장애인의 안전 이용 확보를 위해 이를 다시 살린 것이다.

요즘은 전광판과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지하철 도착 접근 유무를 확인하는데, 승강장의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여기에 승강장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에 대해 승객들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것이, 유독 서울도시철도공사 운영 구간 한 곳에만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한 성과는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우리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장애요소 제거는 어떤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해 가기 어려운 일이다.

모든 문제를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요. 담당자가 느끼는 체감 차가 크기 때문에 우리의 불편을 문제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인내심을 갖고 꾸준한 설득을 통해 꼬인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세 곳이 함께 힘을 모아 행한 공동 프로젝트야말로 서로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당면한 우리의 불편한 점들을 해결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

우리는 30년 전 출근길에 나섰던 젊은 청년 하나를 잃어야만 했다. 시각장애인계의 인재로 꼽히던 이춘광 선배를 말이다. 열악한 지하철 이용 환경이 이 세상에서 그가 채 피어보지도 못한 꽃이 되게 한 것이다.

이제 다시 통일된 모습으로 살아나 1호선부터 8호선까지 승강장에 울려 퍼지는 지하철 도착 알림 신호음을 들으며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상·하행선을 구분하는 가운데 안전한 지하철 이용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