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이야기-1박 2일의 행복, 내 마음의 온도는 38.5도

함께 사는 이야기(상세내용 하단 참조)

김영진(자원봉사자 충청남도 계룡시)

사람의 기본 체온은 36.5도. 그 이상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누구나 앓아눕기 마련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난 2013년 공주, 부여 역사문화탐방을 다녀온 뒤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 마음의 온도는 38.5도이다.

하지만 고열로 인한 통증이 아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만난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온전히 몸을 맡긴 채 안내를 부탁했던 고마운 친구들을 다시금 생각하며 이번 역사문화탐방에 대해 느낀 바를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가지각색으로 물들어 가는 단풍잎이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어느 날, 한빛맹학교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어느 여름, 안동으로의 문화탐방에 이어 공주·부여 역사문화 탐방에 본인이 또 한 번 참가하게 되었고, 이번만큼은 꼭 함께 멘토로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취업준비라는 이유로 안동 역사탐방은 다녀오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터라 이번만큼은 좋은 경험을 쌓아보고자 선뜻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출발 당일,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려니 피로감이 온 몸을 감싸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주말을 반납하고 좋은 일을 하러 가는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스스로 되새김질을 하였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된 시각장애학생들과의 첫 대면 후 버스에 올라탄 뒤 예상과는 달리 앞으로의 1박 2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에 함께 동행하게 될 동진이는 특히나 말 수가 적고 내성적인 아이처럼 보였다.

애써 말을 걸며 공통분모를 찾아내고자 이동 내내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동진이는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듯 보였다.

물론, 한참 예민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또래 아이들처럼 친분을 쌓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당연한 듯 했다.

그리고 우리는 첫 목적지인 공주 피자스쿨에 도착했다. 준비된 피자반죽 위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그 위에 토핑을 올리며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동진이를 비롯하여 아이들 얼굴에 비춰진 미소였다. 직접 피자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제작한 피자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큰 흥미로 다가간 듯했다.

뒤 이어진 뻥튀기 기계 체험 또한 아이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던 것 같다. 이를 비롯하여 이번 문화역사 탐방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일정과 프로그램에서 엿볼 수 있는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임원 분들의 배려심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내적 능력을 키워주시려는 노력이 묻어났다.

나 또한 우리 조원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에 빽빽한 일정과 시간에 쫓기면서도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설명과 다양한 체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의 욕심이 과했었을 수도 있었지만 아무런 투정 없이 잘 따라와 준 우리 조원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동진이와의 관계도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행사가 마무리 될 무렵 많이 가까워졌다. 내 말에도 귀 기울여 주었으며, 나중에는 서로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기도 하였다.

행사를 마치고 며칠 뒤에 쓰는 글이지만 1박 2일 내내 누군가와 함께 동행한 까닭인지 벌써부터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행사는 단순한 봉사활동을 떠나 내 자신조차도 많이 배우고 아이들과 함께 즐긴 시간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여하기 전 단지 나는 멘토로써 도움을 주기만 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행사 후 나는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받았다. 한동안 잊고 지낸 동심을 느낄 수 있었고, 매사에 감사하게 되었으며,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나눔의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는 나비효과처럼 많은 청년들이 이와 같은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시각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길 바라며, 더 나아가 함께한 아이들이 장차 미래에 차별과 선입견 없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줬던 우리 ‘불4조’ 동진, 유진, 경윤, 지원아 고마워!